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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기록

지난날, 온 가족이 함께한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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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같다.

결혼 전 주택에 살았었다. 아파트 같은 협소한 공간이 아니라, 정원이 딸린 널찍한 공간이 있어서, 가족들끼리 자주 모였었다. (열에 열번 모두 아버지의 4남매)

밭이 딸려 있어서 그 해 김장할 재료들은 아버지가 손수 농사지으셨다.

고추를 심어서 매번 약 뿌리고, 솎아주고, 벌레 먹는다며 투덜투덜, 그 뙤약볕에 나가서 엄마아빠는 본인들이 좋아서 고추농사를 지으셨다. 때되면 따서 햇빛에 말리고, 느닷없이 비가 오면 얼른 나가서 붉게 물들어가는 고추를 걷었다. 

 

배추, 무, 파, 쪽파 모든 채소를 다 농사지어서 먹었고, 자급자족 라이프를 몇년간 즐기신듯 하다. 

그렇게 손수 농사지으신 것들로 김장철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서 배추 꼭지 따고, 절이고, 배춧속 만드는 등 1박2일의 여정으로 한 해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 

저렇게 쌓여있는 배추도 모자라서 절임배추를 몇박스 더 구입하기도 했고, 배춧속을 아주 큰 다라로 두개를 만들어서 한쪽은 큰고모, 작은고모 식구들이 차지하고 한쪽은 우리집과 작은엄마가 차지해서 속을 채워넣었다. 

매번 정말 매번, 배춧속은 큰고모와 작은고모네 쪽이 항상 모자랐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집마다 속을 넣는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우리쪽은 속을 배추에 슥슥 묻히는 정도라면 작은고모와 큰고모 쪽은 속을 배추에 퍽퍽 꽉꽉 채워넣는 스타일. 그러니 항상 모자라지 ㅋㅋㅋ 

 

그리고 사람이 아무래도 한 해 먹을거리 앞에서는 욕심이 생긴다. 한쪽이라도 더 챙기고싶은 마음. 그리고 항상 속이 남아서 배추를 더 주문하기도 하고. 결혼한 사촌오빠, 사촌언니도 한두통씩 가져가고 이모할머니도 가져갔던 것 같은데. 다음날엔 이모들이 와서 가져가기도 했다. 

 

그때 그시절 김장은 정말 연중행사였다. 

 

지금은 아파트로 이사가서 공간이 많이 협소하지 각자 알아서 김장한다. 배추도 직접 절이지 않고 절임배추 주문해서 만들고, 배추도 20~30포기정도. 그때에 비하면 정말 작은 규모로 김장을 치른다. 


 

사실 나는 복닥복닥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이렇게 김장하던 시절이 그리운데, 그 한몫을 하는 것이 난로 위에서 주전자 한가득 끓이던 걸죽한 대추생강차와 한솥 가득 끓였던 배추된장국. 

김장시즌이 되면 이 두가지 음식이 제일 생각난다. 집에서 소량으로 끓이는 맛이랑은 천지차이다. 언제든 먹을 수 있게 은근한 불로 계속 따뜻하게 해주니 맛이 더 든다고 해야하나. 배추된장국의 배추는 이미 흐물흐물 해졌건만 호호 불어서 입에 넣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대추생강차는 매번 한소리가 나왔었다.

'이번엔 생강을 너무 많이 넣어서 맵네, 이번엔 저번보다 덜 걸죽하네, 이번엔 설탕을 덜 넣었더니 달지가 않네' 등등.

그럼에도 모두 한잔씩 먹고 또 우려먹으니 바닥이 보이기 일쑤였다. 

 


 

 

김장이 끝나고 뒷정리는 늘 했지만, 다 헤어지고 나면 진정한 뒷정리는 엄마아빠와 나, 동생 몫이다. 

아버지랑 동생은 바깥정리, 엄마와 나는 집안 정리를 하는데 집안은 여기저기 고춧가루들과 손질한채 떨어져 있는 채소들.  식탁밑에 떨어진 음식들. 청소기 돌리고 걸레로 닦으면, 진정한 끝은 보통 오후5시~6시 정도. 

 

1박2일 김장의 여정이 이렇게 끝나는 것이다. 

2020년을 마지막으로 우리집이 아파트로 이사가는 바람에 더이상 이렇게 모여서 김장은 못한다. 

내심 다들 아쉬워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영원히 젊은 나이도 아니고, 이제 어른들도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더 아파오는 연세들이 되셔서 그때를 마지막으로 한게 잘한일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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