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3
느지막히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넘어서 창덕궁으로 향했다. 경복궁을 갈까 하다가 예전에 몇번 가보기도 했고, 오히려 창덕궁이 더 운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 목적지를 바꿨다.
여러분? 주말에 차 끌고 서울 한복판 가는거 아닙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심지어 일요일이라서 다들 교외로 나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세상에, 서울 중심부에 온세상 사람 다 모인 줄 알았다. 창문으로 광화문을 지나치는데 주차장에 자리 없을 것 같다는 소리만 백만번 한것 같다. 일단 창덕궁으로 쭉 가는데 점점 더 사람이 많아지는 이 느낌은 뭘까. 인사동 지나치고 나고 창덕궁이 나오는데 세상에. 집에 가야할 것 같은데, 돈화문을 줄 서서 들어가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주말에 오면 원래 이래? 결국 방향을 틀어 경복궁 주차장을 향했지만 거기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포기.
남편이 이리저리 핸드폰 보더니, 본인이 광화문쪽으로 일 다녔을 때 공영주차장이 있다며 그곳으로 갔는데, 역시나 주차된 차는 많았지만 오래 헤매지도 않고 바로 주차 할 수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여기로 올것이지.... 눈을 흘기고...!
동절기라 경복궁 폐관시간도 일찍 당겨져서 그냥 걷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덕수궁 쪽으로 쭉 걸었다. 성인이야 이리저리 걸어도 크게 문제 없는데, 5살 아이가 과연 버텨줄까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서울시의원회? 근방에 와서 업어달라고 한다. 이런 요구는 거의
남편 몫^^
우리도 허기지고, 아이도 허기진 것 같아서 덕수궁 앞에 던킨에 들어가서 도넛으로 배를 채웠다. 안그래도 돌담길 올라가는 길에 유명한 와플집이 있는데, 세상에, 줄이 너무 길다. 너무 오래전이긴 하지만 7년전에 왔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남편한테 틈만나면 "버스타고 덕수궁가서 와플 하나 먹으면서 돌담길 걸으면 그르케 좋을 것 같애!" 라고 떠들어댔는데 와플은 먹지도 못하게 줄이 이렇게 길어져버렸으니,
포기.
나는 연애 전에도, 연애 할때도 주로 평일에만 다녀서 주말이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돌담길도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사람구경만 하다가 온 듯 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운치라고는 정말 1도 없었다. 그나마 정동극장 옆길로 걸으니 아주 많이 한산해져서 그 길이 오히려 더 운치있었고, 아이랑 걷기도 훨씬 마음이 놓였고.
지금 생각해보니, 사실 아이는 이런 어른들의 운치보다, 시립미술관 올라가는 길에 있었던 숲속길을 더 마음에 들어했다. 해질녘이라 어둑어둑했음에도 숲속길의 징검다리를 총총 뛰어가며 나뭇잎 만지고, 쪼그려 앉아서 벌레 보고, 따뜻한 봄인 줄 착각하고 피어있던 꽃들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가 그리도 운운하던 운치에는 느끼기에 이 꼬마는 너무 어렸던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은 꽤 어둑어둑했다. 이 시간에 우리 셋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묘하면서도, 우리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튼튼한 두 다리로 서울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된걸까, 감사한 하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신세계본점의 LED전시 구경하려고 살짝 돌아갔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광판 반대편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음날이 월요일이라서 다들 일찍 집에 가지 않았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였다.) 차타고 지나가면서 본거라 오래도록 보지는 못했지만 연애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참, 세종문화회관 쪽 아티제 카페 앞에 자유로이 치라고 피아노가 놓여져 있었는데, 학원에서 왔는가 싶은 아이들이 차례대로 피아노를 훌륭히 쳐내는데, 아이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꽤 생소한 장면이었나보다. 마트에 가면 피아노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갈때마다 퉁탕퉁탕 치고는 해서 관심이 그래도 없진 않구나 생각했는데, 이날 피아노 치던 언니오빠들을 뚫어져라 보던 아이의 눈길이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순간 이겠거니 하고 돌담길을 올라가는데 마침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이 있었다. 잠시 보더니 다시 피아노 얘기를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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