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와, 진짜 크고 넓다.'
시댁이 대전이다.
아이를 갖기 전부터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나중에 아이가 생겨서 여기에 데리고 오면 참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더랬다. 그리고 바로 옆에 카이스트가 있다. 카이스트를 지나갈때마다 또 막연히 '아이랑 캠퍼스 산책하면 좋겠다.' 라고 또 막연히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시댁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나지를 않았다. 아주 어릴땐 어리다는 이유로, 혹은 방문 날짜가 너무 짧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등등 바로 옆임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핑계가 많았다.
그렇게 기회만 엿보던 와중에 드디어 기회가 왔다. 아이도 컸고, 시간도 많이 여유로웠다. 심지어 날이 너무 더워서 실내로 피신하기에 안성맞춤.
시댁에 도착한 후, 다음날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첫머리에 썼었듯, 세상에 이렇게 넓어?
집 근처 가보았던 과학관들은 한 건물에 모여 있어서 시간제로 인원을 제한하기도 했고, 협소하기도 해서 사실 한번 갔다온 이후로는 영 가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근데 국립은 확실히 다른가보다. 부지도 넓고, 전시관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하루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이다.
과학기술관과 인류관, 자연사관밖에 보지를 못했다. 심지어 과학관은 충분히 즐기도 못했다. 즐길것이 너무 많아서!!!!
주말 방문, 날씨가 무더웠던 것 치고 사람들이 적당히(?) 있었는데 아무래도 전시관도 여럿이고 넓다보니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어서 그런가보다.
국립이니 입장료는 무료였고, 주차비만 정산하면 된다.
거의 대부분의 전시관들이 예약이 따로 없는 상설전시였으며, 다만 아이들을 위한 꿈아띠체험관은 시간예약 뿐만 아니라 입장료가 따로 있는데, 당일 예약은 좀 힘들 것 같다. 우리도 한번 가볼까 했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간 곳은 자연사관이다. 같은 건물에 자연사관(1층)과 인류관(2층)이 있다. 자연사관을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이 공룡화석! 공룡뼈! 공룡에 관한 것들! 어마어마하게 크다.
공룡을 한때 좋아했던 우리 아이도, 보자마자 '우와, 진짜 커!'를 남발한다. 나도 믿기지 않아서 남편한테 '이거 진짜 실제 사이즈야?'를 몇번이고 물어봤다.
공룡 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실제사이즈로 전시되어 있었으며, 솔직히 난 동물원보다 이 전시가 더 매력적인데? 하하. 식물화석, 지질의 구조, 뱀의 종류 등등 정말 별거별거 다 전시되어있었다. 아이들만 즐길 것들이 아니라 어른들도 가봄직한 장소였다. 아마 아이만 아니었으면 남편이랑 나랑은 둘이 만날 약속 따로 정해놓고 천천히 각자 설명 읽으면서 다녔을 듯.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던 월석. 1972년 미국 아폴로탐사를 통해 달에서 약 112kg의 표본을 채취했는데 그중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었다. 얼마나 작은지 돋보기로 보게끔 되어있었다. 단순히 흙 아니면 돌일 줄 알았는데 상당히 반짝거렸다. '이것을 미국에서 순순히 주지는 않았을테고, 사왔을텐데..' 나는 왜 이런생각뿐인지? 하하.
아무튼 생물시간, 지구과학시간에 배웠던 모든 것들이 총망라 되어 있는 곳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인류관이다.
인류관은 인류의 출현과 진화 그리고 우리가 예측하는 미래 인류를 전시해놓은 곳이다. 여기는 마치 고등학교때 국사 혹은 세계사의 첫부분을 그대로 연출해 놓은 곳 같았다. 남편이랑 내가 최근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역시 여기가 그것에 부합되는 곳이라 그런지 차분하게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실패. 우리에게는 아이가 있다.하하.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를 실제 모형으로 보고 다시 한번 내용을 반추 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만 봐오던 실제 모형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지금의 인류와 외형이 조금 다르지만, 하지만 누가봐도 '사람'같다. 한바퀴 돌고 오면 미래 인류를 예측한 모형들도 보이는데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그 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내려와 밖으로 나가 맞은편의 과학기술관으로 가본다.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흥미롭게 구경 한 곳이다. 일상에 숨은 과학의 원리들을 속속들히 알려주기도 했고, 실제 체험으로 원리를 설명해 주기도 한 곳이다. 들어서자마자 원심력을 이용한 기구가 우리를 반겨주었는데 상시로 운영하지는 않고 시간별로 운영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한 타임에는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고 3시간 후에 운영을 한다는 시간표가 붙어있었다.
'번개가 치는 원리', '왜 삼각대는 다리가 3개일까', '야구방망이의 어느 부분을 쳐야 홈런 가능성이 더 많아질까', '정전기가 생기는 원리', '보온보냉의 원리' 등등 일상에서 우리가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들을 모형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아이가 제일 좋아하던 실험이 있었는데 '멀미의 방'이라고 했었나? 방 입구에 들어서면 방이 1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데 이게 착시를 일으켜서 멀미를 일으킨다고 한다. 눈으로 보는 정보와 뇌가 인지하는 정보가 어긋나면서 멀미가 난다고 한 것 같았는데, 실제 방에 들어가면 사방이 거울로 되어 있고, 바닥은 정말 기울어져 있다. 거울때문에 어지럽기도 하고 바닥은 기울어져 있으니 중심을 놓치면 넘어지게 되어 있다. 남편이랑 나랑은 계속 있으려니 정말 멀미가 날 것 같아서 금방 나왔는데 아이는 기울어져 있는 방이 정말 재미있었는지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겨우 나와서 다른 것들을 구경할라 치면 다시 그 방으로 가고를 수어번 반복했다. 하하. 집에 와서도 넘어지는 방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하니...
그 모습을 보니 참 순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 생각안하고 오직 그 순간만 열심히 즐기는 것 같아서 애는 애구나 싶기도 했다.
이렇게 딱 세 관만 구경했는데도 2시간정도가 지나간 것 같다. 아직 못본 전시관들도 많았고 심지어 관람했던 전시관도 꼼꼼히 본 것이 아니라서 수차례 더 방문을 해도 좋을 듯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커피 마시고 아이는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한숨 돌리고 다시 시댁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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