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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아이랑] 국립 중앙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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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

 

주말에 뭐 할까 고민하던 끝에 셋이서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사실 난 여기에 있는 유물들보다 다른 떡밥에 더 관심이 있는데, 바로 서울타워가 보이는 명당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비가 온다. 정말 요즘 주말만 되면 내내 비가 오는데 안그래도 남편이 모처럼 쉬는 날에 비가 와서 더 성질이 난다. 비가 오면 서울타워가 안 보일테텐데 걱정을 하며 갔지만 예상대로 안 보였다는 후문. 하하하. 

 

점심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는 보통 아침 일찍 움지이지 않고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고 움직이는 편인데 이건 아마 집집마다 다를 것 같다. 점심 먹고 출발하면 보통 아이 낮잠 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으므로 차를 타면 금방 곯아떨어진다.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건 유독 나에게 참 설레는 일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서울로 나들이를 가고 싶어 하는데,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은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인 듯 하다. 주말에는 아무래도 차도 많고 사람들도 더 북적거릴테니. 남편은 사람많은 곳을 참으로 싫어한다. "오빠?! 주말에 움직이려면 그냥 그러려니 해야되!"

 

역시나 주차는 힘들었다. 하하. 남편이랑 연애시절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는 평일이라 주차가 좀 더 수월했나보다. 몇바퀴 돌고 나서야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는 무료이다. 그리고 월요일만 제외하면 항시 열려있으니 언제든 방문이 가능하다. 그러나 어린이 박물관은 좀 다른데,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당일 예매가 불가한 걸로 알고 있다. 혹시나 몰라서 가는 날에 어린이박물관 예약하려고 보니 이미 모든 타임이 매진 상황이었다. 에휴. 남편이 어쩌다 주말에 쉬는 사람이라 미리 예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아무래도 아이랑 둘이 평일에 와야 할 것 같다. 

안그래도 박물관 구경을 하고 허기짐을 채우던 곳이 어린이 박물관 입구 근처였는데, 딱 봐도 본인이 들어가도 되는 곳으로 인지해서 들어가자고 하는데. 엄마아빠가 미안하네. 예약을 못해서 못 들어간다고 말을 해주긴 하지만 안쓰럽다. 나중에 엄마랑 둘이 오자! 

 

아이가 다섯살인데 우리 부부 생각으로는 조금 어리긴 하지만 박물관에 있는 것들을 조금 신기하게 볼 줄 알았다. 아이 입장에서는 이런 그림도 신기하고, 저런 물건들(?)도 신기해 할 것 같았는데, 나원참, 에스컬레이터를 제일 좋아할 줄이야. 우리부부는 박물관에 있는 것들을 좀 찬찬히 둘러보고 살펴보는 걸 좋아해서 같이 따라와줄걸로 예상했는데 우리가 틀렸다. 아무래도 초등학생쯤 되야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할 듯 하다. 

 

하지만, 아이가 흥미없어한다고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국사책에서만 보던 반가사유상과 신라금관은 보고 가야겠다는 마음에 이리저리 둘러본다. 반가사유상도 우연찮게 발견했다. 아이가 가고싶은 곳으로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고 조금 걷다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사유의 방'이 보인다. 익숙한데? 사유? 입구가 어두워서 설마설마하며 들어갔는데 반가사유상 두점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사유의 어휘 뜻대로 정말 조용하게 위치해 있었고, 조명도 어둡게 해놓고 있어서 아이만 아니라면 반가사유상을 이리보고 저리보며 나름대로 나도 '사유'라는 것을 하고 나왔을 수도 있겠다. 그들의 표정은 정말 세상 평온한 모습이다. 모든것을 해탈한 표정. 어찌해야 저런 자비로운 표정이 나오는가. 하지만 어두운게 무서운 우리 아이는 하하하. 나가자고 졸라대니 사진만 얼른 찍고 나와버렸다. 어두운 곳이 무서울 나이이다. 

 

신라금관이 여기 있다는 정보도 내가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서 1층 신라관에서 두리번거리며 찾았으나 왜이리 못찾겠는지 결국에는 곳곳에 계시던 안내원분께 여쭤보니 바로 맞은 편에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신라관의 한켠을 놓친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곳이 그곳이었나보다. 세상에 . 화려함의 극치인 왕관이 내 눈높이에 맞춰서 우뚝 놓여 있었는데 이렇게 화려할 수가 있을까. 그것보다도 저것이 순금인가, 아닌가 그것이 궁금하다. 저걸 머리에 썼다고? 

"아니, 나의 아가야? 이거 너무 화려하지 않아? 옛날 왕이 이 왕관을 머리에 썼다는데?"라고 설명을 해줘도 역시나 우리 아이는 무관심이다. 5살 여아의 특징답게 반짝반짝하는 무언가는 좋아할 줄 알았고, 그래서 그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를 줄 알았는데 역시나 나의 착각이다. 그저 나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싶은가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너무나 결이 다른 유물들을 보고 왔구나. 하나는 모든것을 해탈하고 초월한 듯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유물. 또 하나는 귀족 혹은 왕가의 화려한 유물을. 전자는 고요함에 내 정신을 빼았겼다면 후자는 화려함에 내 정신을 빼았겼다. 

 

너무나 짧게 머물고 온 박물관이라 이걸 방문했다고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민망스럽기 그지없다. 밖으로 나와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심지어 공기도 쌀쌀한 것이 으슬으슬 춥기도 하다. 그래도 온 김에 서울타워는 보고 가야지 하며 계단을 올라갔는데 예상대로 역시나 날이 흐려 보이지 않았다. 화창한 날에 우뚝 서 있던 서울타워는 못 볼지언정, 날이 흐려도 어슴푸레라도 보이는 서울타워를 기대했건만. 다음에 와서 봐야겠지?

서울타워가 보이든 말든, 아이는 그저 밖으로 나온 것이 좋은가 보다. 박물관의 그것들 보다도 밖에 비가 오는 것, 계단을 오르내리는게 다섯살 아이에게는 행복인듯 보인다. 

 

아이가 알든 모르든 이렇게 하나하나 보여주는 게 우리는 좋다고 생각한다. 

아마 다음에 와도 관심없어 할 것 같지만, 그때는 또렷히 보이는 서울타워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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