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치료가 사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치료라
사실 그게 제일 번거로운 부분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대여섯번을 가야 하는데 말이 쉽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 시간에 치료받고 오는게 어떻게 보면 참으로 진이 빠지는 치료다. 하지만 임플란트도 아니고 신경치료라도 가능한 상태임을....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안그래도 선생님한테
"선생님, 2년정도만 일찍 왔어도 신경치료 안했겠죠?" 라고 여쭈니, 그랬을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늦게왔으면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해야하는데 신경치료로 끝낼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다행이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또 해주셔서 나름 또 위안을...
마지막 검진일이 22년도인것 같다. '여기,여기 치료를 필요로 한다' 라는 진단과 함께 장장 2년을 기다린 후에 치과에 방문했다. 한창 애 키우고 있을 때라 신경치료는 엄두도 못냈는데,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이제 슬슬 치료해볼까 싶어 치과에 다시 방문을 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치과를 가기란 참으로 어렵다. '과잉진료를 하면 어쩌지'란 걱정은 당연히 따라올수 밖에 없다. 다행히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치과는 스무살적부터 다니던 치과였기에 내 모든 치아 정보를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까지 다 알고 계시고, 심지어 친정식구도 다니는 치과라 간혹 치과에 가면 어제 아버지가 방문하셨다는, 아버지의 안부도 들을 수 있다. 하하.
아무리 서해선이 뚫렸다 한들, 집에서부터 치과에 도착하기까지 넉넉잡아 편도 1시간반은 예상하고 가야 한다. 게다가 아이까지 등원시켜놓고 가야해서 아침이 아주아주 분주하다.
치료할 곳이 두군데였는데, 한곳은 금으로 떼운 것이서 들춰내보니 신경치료까지 안해도 되는 정도의 충치크기였다. 다만 삭제해야 할 부위가 더 넓어져서 이번에 금으로 다시 떼웠을 때는 좀 더 범위가 살짝 넓어져 있었다.
나머지 한 곳이 문제였다.
오른쪽 윗어금니였는데, 사랑니랑 바로 인접해있어서 사랑니를 먼저 발치한 후에 크라운을 씌워야 하는 작업이었다. 아, 나는 치아가 상당히 약해서 그나마 건강한 치아는 아주 잘 자란 4개의 사랑니라고까지 하셨는데 하나를 보내야한다니.
심지어 나는 신경치료는 징하게 했어도 발치는 처음이라 사실 신경치료보다 사랑니 발치가 더 무서웠다. 전날까지 후기를 검색하고 검색하고 또 검색하며 밤을 지새웠다. 걱정도 팔자다.
일단 발치부터 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재방문해서 신경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지난하고도 지난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10분 치료하려고 편도 1시간반이 걸리는 거리를 가야 하는 싸움ㅎㅎ
발치는 역시 걱정이 무색할만큼 금방 끝났다. 마취하고 뺀치같은걸로 잡으시더니'입을 살짝 다물어봐요'라는 선생님의 주문과 함께 으드드득, 으드득, 툭. 끝. 엥?
사랑니가 아주 예쁘게 나와있는 상태라서 별 힘듦없이 툭 뽑으신듯.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마취를 했어도, 아니 그래도 생니인데 통증하나 없다. 뽑은 사랑니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타인에겐 극혐일 사진이라 업로드하지는 않겠다.
마취가 풀리면 통증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발치 후에도 통증이 하나도 없었다. 위쪽 사랑니여서 잘 아무는지 아닌지 보이지도 않았고, 방문때마다 선생님이 별 말씀 없으신거 보면, '잘 아물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랑니가 뭐라고, 10년넘게 갖고 있던 치아가 없으니 그쪽으로 음식물을 씹을 때면 뭔지 모르게 허전하다. 텅 빈 느낌이 확 난다. 허공에 넣고 음식물을 씹는 느낌. 치실을 할 때도 습관적으로 생각없이 그쪽으로 치실질을 하게 되면 실이 쑹덩 들어가는데 그때서야 '아, 사랑니 뽑았지.'
그리고 위에 있던 사랑니를 뽑아서 치아열이 살짝살짝 움직일 것이므로, 나중에는 그와 맞물렸던 아래 사랑니도 뽑아야 할 거라고 하셨다. '통증이 생기나요? 아니면 제가 느낌적으로 알 수 있나요?' 라고 여쭈니 음식물이 아마 자주 낄꺼라면서 정기검진 때마다 확인해보자고 한다.
재방문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마취하고 이에 구멍을 내고, 약물을 채우고, 쑤시고, 쑤시고의 반복. 인터넷에 신경치료 과정만 검색해도 아주 잘 나올것이다. 이가 정말 약해서 신경치료를 꽤 많이 해왔었고, 치료받고 온 날은 아무런 통증을 못 느끼곤 했는데, 이번은 아주 달랐다. 큰 어금니라서 조금 까다로워서 그랬을까. 총 대여섯번의 방문 중에서 두세번 정도 집에 와서 통증이 있었고, 그 중 한번은 정말 '그냥 선생님한테 치아를 뽑아달라고 할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되뇌이며 밤을 지새웠다. 타이레놀, 애드빌 다 소용이 없었다. 다음날 약국에 가서 치통약을 구매하고 먹으니 정말 귀신같이 통증이 씻겨 내려가더라.
(치통이 있을 때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이부프로펜 계열 다 소용이 없으니 꼭 치통약을 사먹을 것!)
다음 재방문때 선생님이 치아 괜찮았냐고 물어보시길래,
"선생님!! 치아를 그냥 뽑아달라고 할 만큼 너무 아팠어요!'라고 라니 그냥 웃으시대. 나원참.
치아를 다듬은 후에 본을 떴다. 지르코니아 라는 재질의 치아로 씌울 거라고 하셔서, 금으로 씌우는 줄 알았다고 다시 여쭸더니, 요즘엔 지르코니아도 굉장히 잘 나와서 굳이 금으로 잘 안씌운다고 한다. 게다가 금값이 장난이 아니라서 지르코니아 많이들 한다고 하시니 나도 사실 금니보다 치아색이랑 비슷한 걸로 씌우는게 아무래도 미용상 더 좋으므로, 알았다고 했다.
본을 뜨고 임시치아 씌운 다음에 다시 일주일 후에 방문하기로 한다.
새로 씌울 치아를 보니 정말 감쪽같이 원래 치아 같다. 새로 끼운 후에 이물감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한달 반 정도 지나서 확실하게 끼우자고 한다. 다음주면 지난했던 신경치료가 끝나는데, 사실 또 끝난게 아닌것이 난 치료할것이 많다 하하. 다만 당장 급한것만 어서 치료했을 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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