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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기록

진관사(津寬寺)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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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대웅전

 

은평 한옥마을 위쪽에 위치한 진관사를 방문한 것은 두번째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옥마을을 방문한 것이 세번째이고 그 중에 딱 두번만 진관사까지 올라갔었다. 

 

첫번째 방문은, 내가 한국고전번역교육원을 다니던 2019년.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해라 모든 것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때였다. 수업은 당연히 강의실에서 이루어졌고, 발표수업이 주를 이루던 곳이라 온라인 수업은 불가했다. 그리고 고적답사도 매년 행해졌었는데, 내가 다니던 때에는 교육원 뒤쪽으로 위치한 진관사를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이 되었었다. 

구파발역에 모여서 이름 모를 산을 등산하고 하산하여 보니 은평한옥마을 정문이 보이더라. 그리고 걸어걸어 진관사까지 올라갔었다. 생각해보면 입구에서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이긴 하지만, 등산까지 했던 상태라 몸이 좀 피곤했을 법 한데도 불구하고, 절까지 마냥 걸어간 것 보면, 젊었다. 하하 .

 

주지스님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절의 한켠에 신발 벗고 들어가서 스님께 무슨 얘기를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이 이렇게까지 안나는것 보면 그리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번역원에서 1학년으로써 배우는 내용과도 무관했으니 귀담아 듣지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태극기를 보러 또 절의 어딘가 한켠으로 이동을 했고, 이 태극기는 현대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딱 그정도까지만 보고 듣고 내려와서 고적답사의 하이라이트라면 하이라이트, 근방의 식당에 단체로 가서 밥먹기와 서로 얼굴 익히기^^.... 대학을 졸업하한지 10년이 되는데 이런 뻔한 뒷마무리는 지금도 유행하고 있을 듯.

 

두번째 방문은 진관사까지 올라가지 않고, 한옥마을만 둘러봤었다. 21년도 아이가 9개월쯤이었나. 바람은 좀 쏘이고 싶었고, 근방에 꽃구경 할 곳이 어디 있을까 알아보다가 은평으로 올라갔던 것. 차 세워놓고 갓길에 피어있던 벚꽃 구경하고 크로플 먹고 한옥마을 안에는 뭐가 있나 싶어서 유모차 끌고 슬슬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진관사까지는 왜 안올라 갔을까. 유모차를 끌고 갔던 터라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을텐데. 아마도 그당시에는 애기 데리고 어딘가 외출한다는 것이, 그 모든것이! 수고롭고 번거로웠던 때라서 정말 코에 바람만 넣고 집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사실 이렇게 잠깐이라도 코에 바람넣고 집으로 오는 이 소소한 외출들이 육아에 있어서 큰 원동력이 된다는 걸 남편들이 모른다^^ 왜구래진짜. 

 

세번째 방문은 이번년도 3월말. 일요일에 집 근처 식장에서 시댁 결혼식이 있어서 토요일에 시부모님이 우리집으로 오셨다. 점심쯤에 오셔서 같이 점심먹고, 근방..까지는 아니지만 차로 40분정도?에 있는 진관사에 가기로 했다. 지방에 계시는 분들이라 서울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시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 셋이 갈 곳은 많이 알지만서도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야하기에 선택지가 그리 많이 않았다. 놀이동산이나 스타필드를 갈 수는 없으니까?

가벼운 모직코트를 입을 정도의 날씨여서 그리 춥지는 않았고,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운좋게도 공영주차장에 자리가 생겨서 바로 주차 할 수 있었고, 내리자마자 아이는 "할아버지, 안아주세요." 시전ㅎ 

안그래도 아버님이 구두를 신고 계셔서 발이 아파셨을텐데 오랜만에 보는 손녀라 그런지 책임감 있게 끝까지 안아주셨다.ㅎㅎㅎ 이럴줄 알았으면 유모차를 끌고 왔을텐데, 길을 보니 유모차를 끌 곳은 아니다. 울퉁불퉁하고 언덕길이다. 

 

곳곳에 진달래도 보이고, 이름모를 꽃들도 보여서 봄이 온 기척을 지척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언덕길을 올라올라 대웅전으로 갔다. 5월에 석가탄신일이 있어서 그런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연등에 소원을 적고 걸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웅전 들어오기전에 입구에 걸려있던 작은 연등은 올해 12월까지 매달 수 있는데, 가격은 5만원이었고, 대웅전에 있던 큰 연등은 5월까지만 매달아 주며, 3만원이었다. 할까말까 고민하던 차에, 어머님이 "한번 연등을 달면 다른 두 곳에도 연등을 달아야 한다" 며 미신같은 미신을 말해주셨는데, 믿거나 말거나 라고 생각했다. 혹시 몰라서 친정엄마한테도 여쭤보니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하하하. 다른 두 절을 또 갈리가 없으니 연등은 달지 않기로 했다. 내년이나 내후년쯤 남편이랑 셋이 오게 되면 기념삼아 하나 걸어봐야겠다. 

 

19년도에 고적답사로 왔을 때도 이렇게 연등이 걸려 있었는데, 다시 방문해서 또 연등이 걸려있는 것을 보니 그때가 떠올라서 가슴 한켠이 찡해지기도 하고 벌써 또 이렇게 세월이 흘렀나 싶어 뭉클해지기도 했다. 

 

대웅전 안에는 스님이 뭔가를 외고 계셨고, 사람들도 쭉 앉아서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무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저런 종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서, 이런것도 그냥 흥미롭게 바라보다가 나왔다. 어머님이 합장하고 나오시길래 나도 그냥 따라서 합장하고 나왔다. 규모는 크지 않은데 조용히 걸으면 또 좋은 곳이다. 

내려오는 길 바로 옆에 진관사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어서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대추차가 유명하다고 해서 세잔 시키고 간식 하나 시켰다. 아이는 옆테이블 언니들이랑 금새 또 얼굴을 터서 같이 놀기도 하고 같이 뛰어다니다가, 예쁜 꽃이 있으면 나한테 와서 사진찍어 달라고 요청하고. 조그마한 이 친구들이 더 바쁘다. 

 

지금 이 더위에 생각해보면 참 고운 날씨였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조금 쌀쌀하지만 또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지기도 했고 또 곳곳에 꽃들이 보이고. 봄이 이렇게나 좋은 것을! 

 

이 글을 적으면서 보니, 모두 따뜻한 봄에 진관사를 방문했었다. 여름엔 또 여름대로 푸릇푸릇하고, 가을엔 또 가을대로 쓸쓸한 느낌이, 겨울엔 겨울대로 소복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텐데, 왜 봄에만 그렇게 콧바람을 쏘이고 싶은지ㅎ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이번년도에는 계절에 따라 한번씩 방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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