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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체코 프라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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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날, 날씨 기가막히게 좋다. 맑다. 화창하다!
 
환전하고 뒷쪽으로 나가보니 화약탑이 있다. 예전에 화약창고로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렇게 검게 그을린건지, 아니면 전쟁 때 손상을 입어서 검게 그을린건지 모르겠다. 아는 것이 참 없어서 답답한 여행이다.
 

가는길에 발견한 벨기에 초콜릿 상점. 군것질도 할 겸 하나씩 사서 먹었다.
 
먹으면서 쭉쭉 걷다보면 천문시계가 나온다. 시계가 굉장히 높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낮게 있어서 사실 놀랐는데, 시계라 함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줘야 하니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볼 수 있도록 당연히 높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네. 정각이 되면 인형들이 나와서 움직이는데, 당장은 정각이 안되어서 못 보고 '언젠간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자리를 떴다. 

 
 
사람이 정말정말정말 많았다. 소매치기 당할까봐 가방을 꼭 끌어안고 다녔는데 이건 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아니라 옷깃
만 스쳐도 의심이 되어서 탁! 째려보던가 아니면 움츠러드렀다. 이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정말 너무 심했는데, 나중에 가서 리뷰를 또 쓰겠지만, 파리에서 미국의 보스턴 넘어가서부터 이런 스트레스가 확 없어졌다. 
 
구경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고, 뚜벅이들은 계속 걷다보니 배꼽시계가 일찍이도 우렁차게 울어버린다. 메뉴도 다 거기서 거기고 그냥 적당한 가격의 음식이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슈니첼이라는 치킨까스와 그릴치킨을 주문했다. 음식들이 또 얼마나 짜고 자극적인지 탄산음료를 안 시킬 수가 없다. 유럽여행 다녀오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는 음식이 그리 없다. 베네치아의 골목길 어딘가에 있던 그 피자 하나만 생각이 나는데, 우리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건만 왜 그럴까. 대신 디저트들은 많이 생각난다. 독특한 디저트도 있었고, 또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런던의 찐득한 브라우니, 이탈리아의 젤라또, 빈의 케이크 등등. 
프라하에서도 그런 디저트들을 마주쳤는데, 사진만 봐도 정말 먹음직스럽고, 한국에서 찾을 수도 없어서 더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옆에서 빵 냄새가 솔솔 나는 것이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빵을 사서 나왔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있었다. 가운데는 복숭아가 올려져 있는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다음날 또 가서 먹었다. 하하.

 
동생은 몸이 안 좋은지 숙소에 먼저 들어간다고 했다. 이때가 아마 여행 2주차가 되어 가는 중이었고, 살짝 긴장했던 동생은 나름 익숙해져서 긴장이 풀렸는지 그때문에 겹쳐서 몸살이 온 듯 하다. 
동생은 동생이고, 나는 지도를 들고 남은 시간을 홀로 돌아다녔다. 하벨시장도 가보고, 알폰소 무하의 미술관도 가보았다. 엄청 웅장한 미술관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지만 가보면 일단 무하의 미술관인 것은 바로 알 수 있다. 
그림이 정말 예쁜데, 아마 세상에 여신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상념에도 젖으며 작품을 감상했다. 

 
 
구경 후 까를교 쪽으로 걸어가다 또 빵을. 흐흐흐. 체코 fruit파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정말 또 너무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또 먹었다. 식사거리들은 정말 이도저도 아닌 것 같아서 도시들 여행할때마다 조금씩 실망하곤 했는데 디저트는 정말 실망을 안시킨다.

 
빵 먹으면서 천천히 걷고, 또 이리저리 구경도 하니까 정말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의무감에 '여기도 가야해! 저기도 가야해!'가 아니라 정말 발길이 닿는 곳으로 걸으니 '이런게 여행인가?' 싶기도 하고. 
파워J의 반성같지 않은 반성이지만, 아마 여행을 다시 가게 되면 휴양지가 아닌 이상에야, 나는 또 계획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 불행(?)중 다행으로 파워P의 성향인 남편을 만나면서 조금은 여유있는 나들이를 가게 되었지만, 여전히 큰 틀의 계획은 세운다.하하. 
 
여기저기 걷다 보니 블타바강에 이르렀다. 
 

 
세상에,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혀도 그날의 감동을 표현 못할 것 같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면서 어제 흐린날의 경치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프라하, 프라하'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내 눈으로 보이는 이 풍경을 사진기가 그대로 담아주지 못함이 유감스러울 정도로 정말 고왔다. 
 
여행자에게 남는 건 시간뿐이니, 기왕 온김에 쭉쭉 걸어서 까를교까지 가보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티비에서만 보던 그 까를교였다. 다리 한켠에서는 공예품을 파는 상인들과 다른 한쪽에서는 그림을 그려주고 있었는데,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아서 낭만을 기대했던 내가 참 많이 우스웠다.하하. 
예쁜 펜던트가 보여서 하나 구매했는데, 가끔씩 들여다보면 여행했던 당시가 떠올라서 뭉클해지기도 한다. 
 
다리 끝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숙소로 향했다. 힘들기도 하고, 밀린 일기도 쓸 겸, 동생 상태도 좀 확인하기 위해서.
골골대던 동생은 프라하에 처음 도착해서 먹은 쌀국수에 스리라차 소스를 팍팍 뿌려 먹으며, 땀을 한바가지 쏟았는데, 그 이후로 많이 괜찮아진 듯 보였다. 정말 많이 긴장했었나보다. 

 
밤에 이렇게 나온거, 저녁밥 다 먹고 까를교의 야경을 볼까 해서 동생이랑 천천히 걸어갔다. 
야경도 눈이 부셨지만, 낮의 까를교가 내 눈에 더 눈부셨다. 더 아련하다고 해야하나? 사진도 사실 엉망이다. 내 디카로는 야경을 찍는다는게 참으로 무리였고 핸드폰도 무리다. 역시 여행은, 사진기를 한켠에 치워두고 눈으로 담을 수 있는 만큼 최대로 담아두는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다. 
 
동생은 숙소로 돌아와서 베를린 한인민박 사장님이 챙겨주신 티백을 우려먹고 잠에 푹 빠져드니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는 후문. 그 이후로 동생은 몸이 조금만 안좋다 싶으면 이 티백을 계속 우려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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