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기차로 약 5시간 정도 달려서 프라하에 도착했다. 바깥풍경들은 푸르렀던 산이 전부라서 어디쯤에서 국경을 넘은건지 알 수가 없었다. 국경을 넘나는건 엄청난 일이 아닌가?' 는 나의 생각일 뿐인걸까. 유럽인들에게 국경을 이렇게 넘나드는건 너무나 별 일이 아니라서 엄청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에게 멘붕이 찾아왔다. 체코말은 하나도 모르겠는데 주변이 온통 체코어다. 심지어 화폐도 유로화가 아니라서 체코화인 코루나로 환전을 해야한다. 그러니까 버스를 타고 숙소를 가려면 일단 티켓을 사야하는데, 그 티켓을 사려면 코루나가 필요하고, 그래서 환전을 또 해야하고. 에구구.
길바닥도 캐리어에 최악인 울퉁불퉁 블럭에, 날씨는 또 왜이리 추운지 숙소에 짐을 놓고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쌀국수 집으로 가서 저녁을 해결했다.
다음날, 나와보니 날씨도 흐리고 정말 왜이리 춥지? 급하게 목도리 하나 구입해서 둘렀더니 세상 따뜻하다. 목도리를 구매한 후, 바츨라프 광장을 지나 오페라 극장으로 향했다. 저녁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보기로 했는데, 티켓을 극장에서 예약해야 한다.
베를린에서도 그렇고, 여기 프라하에서도, 혹은 다른 도시에서도 예술작품 하나쯤은 더 보려고 발걸음을 더 했고, 그리고 미술작품도 하나라도 더 보려고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작품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순간 가격이 확확 올라가고, 심지어 음악회나 오페라는 전시회에 비해 가격이 사악해서, 매번 감상하러 가는 것이 부담이 아닐 수가 없었는데, 마침 유럽에 왔으니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다면 꼭 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만족했는데, 동생은 흥미가 없더라.
아무튼 그래서 한화 약 15,000원에 오페라를 볼 수 있었으니, 난 이것이 횡재라고 생각한다.
티켓을 예약한 후, 프라하성으로 향했다. 트램 타는 곳이 숙소 근처에 있어서 아주 유용하게 이용했고, 이날은 90분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구매했다. 떠나기전 숙소에서 사장님이 되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자세한 만큼 중구난방이어서, 초행길인 우리에게는 다소 정신사나웠던 설명....나중엔 그래서 무슨말을 하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동생하고 머리 맞대고 지도 보면서 찾아갔다. 무튼 트램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모노레일을 탈 수 있다는 내용이긴 했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이런 풍경들이 나온다.
시간맞춰서 간 것은 아니지만, 마침 근위병 교대시간이었나보다. 굉장히 절도있게, 무표정으로 움직이고 들어가고 나왔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직업정신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을까. 관광객이 보고 있는데도 단 한번도 웃어주지 않는 것 보면 정말 그럴지도?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창문이 온통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다. 체코 화가인 '알폰스 무하'의 작품도 여기 있으니 가보실 분은 한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 중의 재미. 햇볕이 쫘악 들어오면 너무 예쁘겠지만, 우리가 방문한 날은 비도 살짝 오고 흐려서 은은한 광채로만 만끽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와서 스타벅스로 향했다. 그곳에 가면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너무 예쁘다는 글들을 많이 봤기에 기왕 왔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비도 피하고 잠시 쉴 겸 방문해보았다. 하나도 가리는 것 없이 쭉 뻗은 풍경에 빨간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는데,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에 오르기 전에는 이 풍경이 그렇게 멋있었다. 다들 가보는 이유가 있던 그런 전경이었다.
점심으로는 벨벳맥주가 또 그렇게 유명하다길래 한 모금 하기 위해 그 식당으로 찾아갔다. 식당이름은 기억도 안난다. 왜냐하면 정말 생각보다 맛이 별로여서? 한국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직접 가보니 정말 많았고 심지어 메뉴도 한국말로 되어 있는 메뉴판이 있었다!!! 벨벳맥주는 목넘김이 참 부드러웠는데 그냥 뭐 이도저도 아닌 맛. 사실 체코에 왔으면 코젤맥주랑 필스너우르겔을 마셔야 했는데, 코젤은 예전부터 알고 있어서 마셨지만 필스너우르켈을 못 마셔서 지금도 한이다. 그때 그당시는 맥.알.못이라 마셔야 한다는 것조차 몰랐고 이름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리저리 구경하며 사진 찍으며 오후 시간을 보내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보러 극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도 정말 오페라를 보고 싶은데 가격이 사악해서 예매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런 오페라를 유럽여행을 다니며 보다니 하하. 비록 가격이 저렴한 좌석이라서 가까이에서 관람하지는 못하고 맨 윗층이라 조금 멀리 보이긴 한다. <축배의 노래> 가 흘러나올 때는 '내가 이 노래를 드디어 듣는구나.'라는 감격스러운 마음과 함께 관람했는데, 끝부분은 사실 조금 지루했다. 2막에서는 문란함을 표현하는 씬이 있는데, 세상에 문화충격이었다. 여자들이 웃통을 다 벗고 심지어 속옷도 벗고 있었는데, 아마 한국으로 넘어오면 그 씬은 어떻게든 대체될 것 같다. 외국인들에게도 그런 씬은 충격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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