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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독일 베를린으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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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철을 타는 건 익숙하다. 타는 것이 익숙할 뿐 노선도를 보는 건, 여전히 어렵다. 사실 까짓거 잘못 타면 다음역에 내려서 거꾸로 타면 되는 것인데 이런 여유로움이 어딜가도 참 부족했다. 성격탓일까, 아니면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의 입장이라 그런걸까.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가려고 전철을 타서 정거장에서 아주 잘 내리고 잘 나왔건만, 어느쪽으로 가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이상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이래저래 물어보고 걷다보면 시간이 좀 걸려도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1km가 조금 넘는 벽들이 쭉 있었다. 베를린장벽의 일부를 남겨두어 그곳에 그림을 그려넣었는데 아주 유명한 그림도 있다.
 
'형제의 키스'
 
동독과 소련의 두 공산당 대표가 입맞춤을 하는 것을 그려넣었다. 실제로는 안 했겠지. 이 유명한 그림이 도대체 언제 나오나 인내심을 가지며 쭉쭉 걸었는데 거의 끝에 가서야 나타났다. 

 
점심을 먹기 위해 알렉산더 광장으로 갔다. 저녁을 거하게 먹을 예정이라, 간단하게 핫도그랑 맥주를 먹었는데, 빵이 어땠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상당히 별로여서 소시지만 쏙 빼먹었더랬다. 백화점 구경도 하고, 기왕 들어간 김에 50센트 주고 유료화장실에 들렀다 나왔다. 화장실이 유료인 곳은 굉장히 청결한데, 사람이 들어갔다가 나오면 입구에 서있던 청소부가 그 칸에 들어가서 정리하고 다시 나온다. 이러니 깨끗할 수 밖에. 또 유료인 곳은 한적하다. 무료화장실은 그에 비해 줄이 꽤 긴 편. 나는 다시 간다 해도 무조건 돈 내고 유료화장실 갈 것이다. 
 
독일에 왔으니 리터초콜릿 한번은 또 먹어줘야. 하하. 뮌헨에 가서 맛 별로 거의 다 먹어본 것 같은데 이런 기본적인 맛들은 한국에도 있어서 쉽게 접할 수가 있지만, 뮌헨에서 rum이 들어간 리터초콜릿이 있었는데 이런건 한국에도 없다며 먹었건만 익숙하지 않은 맛에 돈만 버린 기억도 난다. 

alpenmilch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소니타워 쪽으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학센과 맥주를 먹기 위해 하하. 사진으로 다시 봐도 비주얼 끝내주는데 지금 보니 정말 맥주 안주로 딱이다. 학센이랑 맥주8잔을 시켰다. 2잔씩 4쌍이 나왔는데 4쌍이 전부 다른맛이다. 엇, 군침도내. 
저렇게 맥주 마셔보고 괜찮은 맛이 있으면 따로 한잔을 더 시켜도 좋을 법하다. 뭔가 하나 되게 맛있었는데, 이름을 못 물어봤다. 내 생각엔 에일 종류이지 않을까 싶다. 라거는 목 따가워서 안 좋아하고, 흑맥주는 좋아하기는 하나 그때는 매력을 못 느꼈었고. 아 맥주 마시고 싶다. 
뮌헨의 학센과 베를린의 학센이 달랐는데, 우리는 뮌헨쪽을 더 좋아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달라서 베를린 학센이 더 좋았다고 하는 여행객들도 많았는데, 암튼 두 지역의 스타일이 좀 다르다. 

 
난 그저 맥주가 아쉽다.
 
 
밥 먹고 돌아다니다가,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이 있어서 스탠딩석을 11유로에 구매했다. 스탠딩석은 매표소에 30분~1시간 정도 일찍 가서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다는, 숙소사장님의 말을 들은 지라 일찍 향했는데, 우리가 10번째 쯤이었다. 미리 갔다고 생각을 했는데 우리보다 더 얼리버드인 사람들이 있었네. 티켓 받고도 한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다시 소니타워쪽으로 돌아가 이리저리 구경했다. 
 
공연장의 좌석배치도가 굉장히 신선해서 놀랐다. 예술의 전당만 가도 뭔가 일방적인 느낌이 드는데 여기는 사방에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서 공연을 함께 하는 느낌? 나도 공연에 참여하는 느낌이었다랄까. 비록 스탠딩석이었지만. 
이날은 슈만과 브람스의 곡을 연주했는데, 지휘자가 무려 사이먼래틀이었다.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 가보기 어려운 공연인데 무려 11유로에 이런 공연을 보니 횡재한 기분이었으나, 이날 내 발의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2악장까지 듣고 조용히 나왔다. 너무 걸었는지 발에 물집 잡혀서 한동안 고생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마무리 됐다. 
다음날은 체코 프라하로 떠나는 날인데, 새로운 도시를 방문하면 방문할 수록 아쉬움이 정말 더 커진다. 3일째 되면 도시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는데, 그러면 또 다음날이 떠나는 날이고, 그리고 새로운 도시에 다시 적응을 하고 또 떠나고. 반복이다. 여행일정을 잡으면서 어느 도시에서 얼마만큼 머물러야 하나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것도 개인의 취향이 어느정도 반영이 될테지만, 다시 일정을 잡으라면 프라하, 런던을 짧게 잡고, 오스트리아의 빈도 조금 더 짧게 잡을 것 같다. (후에 글을 또 쓰겠지만 일주일은 심했다.)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해서 시간이 조금 남아 던킨에서 여유를 좀 부렸다. 좌석 예약을 안해서, 예약이 안된 좌석을 찾아 가서 앉아야 한다. 5시간정도 걸렸는데, 5시간 걸려서 남의 나라에 간다는 건 , 우리나라에서 절대 있을 수 없을 일 아니냐. 외국을 드나드는 것이 이렇게 너무너무너무 쉬운 일인데, 그들의 사고방식이 고립되어 있지 않고 조금 더 트여있는건, 어쩌면 이런 지리적인 위치 덕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프라하에 도착했다. 
도착한 날부터 멘붕의 시작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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