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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예술의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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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엔 굉장히 뜨거웠다. 피사에 가기로 한 날이라 잠시 숙소에 들러서 한숨 돌리고 유명한 가죽시장에 들러 구경도 하고 또 유명하다는 곱창 버거를 먹었다. 다시 가서 먹으라고 해도 안 먹을 그런 맛이었다. 양쪽의 빵은 너무 딱딱하고, 곱창도 진짜 곱창인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곱이 가득한 곱창은 아니었다. 매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먹을 맛은 아니었다. 왜 유명한거지? 

 

14시28분 기차여서 충분히 구경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캐리어 없이 필요한 짐만 챙겨서 다니는 여정이라면 너무 가벼울 것 같은데, 그 긴 여행의 나날들 중 반을 큰 짐과 함께 하려니. 혀 끌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더운 날은 있었지만 비가 와서 더 애매해진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운이라면 또 운이다.

 

피렌체에서 피사는 기차로 한시간 정도의 거리라 부담없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왜인지 역에 도착하면 베네치아처럼 그 신기로운 광경이 쫙 펼쳐질 줄 알았으나, 피사의 사탑을 보려면 역에서 내려 아주 빠른 걸음으로 20분을 더 걸어야 볼 수 있다. 아마 천천히 걸었으면 30~40분 정도는 걸어야 할 것 같다. 유럽여행을 하는 동안 모든 순간들이 너무 신기했다. 텔레비전, 책에서 간접적으로 보던 것들을 직접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신기했겠는가. 심지어 기울어진 탑이라니? 돌아가는 기차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다시 봐도 '내가 정말 그곳에 갔었나?' 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지금조차도 믿겨지지 않는다. 

피사의 사탑

 

 

인연은 참 신기하다. 아마 여행 루트가 많이들 비슷해서 만나지는 듯 하다. 베네치아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피렌체에서 우연히 만나졌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연락이 안되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타지에서 이렇게 만나지는 것도 참으로 신기했다.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가서 야경을 보러 같이 가기로 했다. 낮에 보았던 것처럼 우리들도 와인을 사들고 그 구릉같던 언덕을 다시 힘들게 올라갔고, 전날의 노을 지던 전경보다는 아름답지 않아서 실망하려던 찰나, 저멀리 천둥번개가 치는 것이 보이길래 그때 내려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또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시뇨리아 광장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쉬었다가 비가 그치면 가려고 했건만, 비는 그칠 줄을 몰라 결국 숙소까지 비를 쫄딱 맞고 와야만 했고, 살면서 이런 경험이 또 어디있겠나 싶어 일행들과 함박웃음 지으면서 각자 헤어졌다. 

 

 

 

다음날은 둘 다 느지막히 일어나 준비하고, 동생은 종루 끝까지 올라가보고 싶다며 먼저 나갔고 난 동네구경을 하기로 했다. 쇼윈도의 옷들도 구경하고, 관광상품으로 즐비하던 상점들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광장의 회전목마도 구경했다. 점심으로는 세상 또 맛었던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얼마나 딱딱하던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왔던 곳도 가보았다. 책을 먼저 읽은 지라 영화 보고는 크게 감동을 받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주인공인 아오이와 준세이가 만난 그곳에 와보니 가슴이 몽글몽글 해진다. 저멀이 아련하게 두오모가 보이는데 도대체 영화 관련 스텝들은 이런 스팟을 어떻게 찾아내는 걸까. 두오모가 대놓고 보여지는 곳이 아니라 아득하게 보여지는 곳. 꼭 아오이와 준세이의 만남 같은 그런 곳. 

 

골목골목 구경도 많이 했는데 동생은 너무 갇혀 있는 느낌이 든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베네치아에 이어서 피렌체도 건물들이 낮고 그 사이는 좁고, 또 햇볕은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동생이 한동안 울적해 있었다. 그런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다가 바르셀로나의 탁 트인 지중해와 까딸루냐 광장을 보고 많이 누그러져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젤라또도 매일매일 먹었었다. 베네치아에서는 못 본것 같고, 피렌체와 로마에 넘어와서 젤라또를 그렇게 먹었다. 별별맛이 다 있었는데 기본적인 맛들은 다 있고 색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이 라벤더, 참깨, 생강 맛. 참깨는 고소했고, 생강은 생각보다 맛이 강해서 생강차 좋아하는 나로써는 굉장히 반가웠다. 라벤더는 동생이 먹었는데 난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기대 안했지만 역시 기대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그래도 그리운 맛은 로마에서 먹은 파씨의 젤라또 인데, 한국에도 파씨가 들어와있어서 먹어봤지만 사실 맛이 다르다, 같다를 평하기엔 내가 너무 오래전에 로마에서 먹었기에 감히 평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때가 가끔 그리울 땐 종종 가서 먹곤 한다.

 

다음날은 피렌체를 떠나는 날이 일찌감치 숙소로 들어가 짐정리 하고 빨래도 돌렸다. 

다시 한번 이 예술의 도시를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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