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과 함께하는 유럽여행의 시작은 런던으로 결정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이리저리 검색하고 리뷰들을 보니 거의 대부분이 런던을 시작점으로 잡길래 나도 따라서 했는데, 내가 정한 루트에서도 크게 이탈점이 없어서 무난무난하게 런던으로 결정했던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해서 별일없이 일찍이 들어가서 볼일 보고 앉아서 대기 하는데, 직원이 우리 이름을 크게 부르더니 좌석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고 한다. 당시에 탔던 비행기가 British Airline 이었는데 무슨 이유로 좌석을 업그레이드 시켜줬는지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넓었지만 그래도 장시간 비행은 힘들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받았는데 큰 문제없이 통과했다. 여기 입국심사가 꽤 까다롭다고 들은 것 같은데 수월하게 통과해서 의아했다. 리턴티켓을 요구했는데 우리는 파리를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넘어갈 예정이어서 미국행 티켓을 보여줬더니 굳! 통과. 어찌되었든 다행이다.
오이스터카드를 구입하고 여차저차 예약한 숙소로 도착했는데, 짐 풀자마자 따뜻한 국물이 너무 먹고 싶어서 누들샵 들어가서 라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첫 여행지라 그런지 신경이 너무 곤두서있어서 미디어에서만 보던 그 빨간 2층버스를 봐도 감흥이 없었으며, 오직 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한인민박에서 머물렀고, 아침 8시반에 조식이 제공된다. 여행 전 블로거들의 리뷰를 보면 조식은 꼭 챙겨먹으라고 신신당부들을 했는데, 아침을 가볍게 먹는게 일상인 나한테는 좀 의아했으나 막상 닥쳐보니, 먹게된다. 한국인은 그래도 밥심이라고 아침에 먹고 나와야 오후의 터프한 일정들을 그나마 소화시킬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니 가시게 되거든 꼭 아침밥은 챙겨드시길.
타워브릿지부터 보러 가기로 했다. 튜브 지하철타고 런던브릿지역에서 나오면 되는데, 나오자마자 보일 줄 알았던 타워브릿지는 보이지도 않고 빌딩들만 잔뜩 보이니, 역시 첫 여행이라 걱정이 산더미였지만 조금 걷다보니, 등장한다.
첫인상은 거대한 레고같았다. 이미 레고 브랜드를 통해 실사와 너무 비슷한 블록을 봐서 그랬나보다. 다리를 걷는데 자동차며 보행자며 통제하길래 왜 그러나 싶었더니 배가 지나가기 위해 다리가 올라갈 예정이었나보다. 운 좋게도 다리가 올라가는 장면까지 보게 되어서 사진을 꽤 여러장 찍었던 같다.
많이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며 조금 요령있게 다녔어야 했나 싶지만, 그때는 그런 교통수단으로 씌여지는 돈도 아까웠나보다. 그리고 그때는 아직 20대여서 체력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결국 베를린인지 프라하였는지 어딘가에서 물집이 잡혀서 꽤 고생을 했고, 이때의 체력을 생각해서 30대 초반에 갔던 라스베가스에서는 방광염에 걸려서 참 고생했었다. 우리 자신의 체력을 너무 믿지 말 것!
걷고 또 걷다보면 런던아이, 빅벤,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사원도 보이게 된다. 그러면 여지없이 사진기를 꺼내서 찍고 또 찍었다. 길을 잃었을 때는 여기가 어디인지 감이 안잡혀서 외국인에게도 물어보기도 했지만, 영국인인지 다른 서양인인지 구분이 안되어서 본인도 여행객이라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자주 듣고는 했다.
런던은 한국이랑 차선이 반대라서 횡단보도 건널 때 조심해야 한다. 보통 길 건널 때 차가 오는지 확인하려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여기서 무심코 그랬다가는 오른쪽에서 오는 차에 부딪힐지도 모른다. 경적소리를 자주 들었다.
빨간 2층버스는 첫날에는 정신이 없어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이틀째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확실히 2층에 타면 시야가 트여서 교통사정이 다 보인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쭉 걸어가면 트라팔가 광장이 보인다. 오전부터 참 맑았던 하늘이었는데 저쪽에 먹구름이 몰려오는게 보이긴 했는데, 설마 했건만 영락없이 비가 쏟아진다. 비를 피해 내셔널 갤러리도 들어갔다.
유명한 그림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서 있었고, 대표적으로 반 고흐, 조르주 쇠라가 기억난다.
다음날, 대영박물관 가기 위해 나섰고, 마트에 들러 1리터 물을 2병 사서 버스도 타고 또 걷기도 했다. 외국에 나가보니 물 마시는게 너무 힘들다. 주스나 탄산을 즐겨마시지 않아서 늘 물을 찾고는 했는데, 식당 가서도 물을 달라고 하면 tap water라고 수돗물맛이 나는 물을 주고, 정숫물은 따로 돈을 받았다. 물을 이렇게 마시면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유료 화장실을 가야 그나마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지, 무료 화장실은 너나없이 전부 사용하므로 상태가 말이 아니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에는 숙소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아쉬운 마음에 타워브릿지의 야경을 보러 갔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첫날의 예민함은 사라지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어둠속에서 밝게 빛나던 타워브릿지를 안보일때까지 계속 뒤돌아보며 숙소로 돌아왔던 밤을. 모든 도시들이 그랬다. 막상 떠나려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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