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주요 도시 (베네치아, 로마, 피렌체) 밖에 안가봤지만, 대체적으로 첫인상이 '멘붕'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베네치아는 도착해서 길을 잃어서 멘붕, 피렌체도 그길이 그 길같아서 멘붕. 심지어 길도 울퉁불퉁한 블럭으로 되어 있어서 캐리어 끌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최악이었다. 누구 하나 캐리어 바퀴 잃었을 것이 분명하다. 로마는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아서 역시 도착하마자 소지품 잘 간수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가 피렌체에 도착한 날짜가 10월10일이었고 너무 덥고 길은 못찾겠고 숙소 찾을 때까지는 캐리어를 끌어야 하고, 땀을 뻘뻘 흘렸더랬다. 또 묻고 물으며, 지도도 다시 확인해가며 숙소에 도착한다. 이번엔 한인민박으로 예약안하고 각국 여행객들이 사용하는 호스텔로 예약을 했다. Mix 4인실이었는데 남동생이 있어서 크게 불편한 것이 없었고, 화장실도 방 안에 위치해 있어서 너무 편리했다. 다만 조식은 씨리얼, 우유, 빵 이정도였는데 어쨌든 한끼라도 해결하고 나가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다.
짐을 풀고, 슬슬 산책에 나가본다.
베네치아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골목골목 좀 헷갈렸는데, 내 추측으로는 두오모성당을 중심으로 길들이 방사형으로 뻗쳐있는 것 같은데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 지도가 곳곳에 구비되어 있어서 길 찾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걷다보며 저 멀리 두오모가 보인다.
실제로 만난 두오모는 세상에,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되어 소름이 쫘악 돋았다. 동생은 다음날에 두오모 탑까지 올라갔는데 나는 무릎이 좋지 않아서 그건 도전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같은 신식 시설은 없고 오로지 계단으로만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데 나에겐 무리였다.
시뇨리아 광장으로 가는 길에 길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만났다. 예술의 도시라서 그런가, 그림의 주제도 명화였다. 관광객들에게 돈을 버는 돈벌이 수단이겠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우리들조차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유럽여행을 하며 이렇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우리 동양에서는 극히 드물게 볼 수 있는 표현의 방식이었다.
시뇨리아 광장에 도착하니, 광장답게 사람이 정말 많았다. 비록 모조품이지만 유명작품이 있는 것이 또한 한몫했겠지. 다비드상은 원래 진품이 밖에 있었는데, 실내로 옮겼다고 한다.
저 건물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이것도 추억이다 하하. 다음날에 비가 엄청 쏟아졌는데 잠시 비를 피하려고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갔었다. 그런데 비가 도대체 멈출 기미가 보이지를 않아서 결국 비 쫄딱 맞고 숙소로 돌아갔는데 같이 머물던 여행객들의 안쓰러운 표정 또한 잊혀지지 않네.
베키오 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언덕에 가보기로 했다. 미켈란젤로언덕에는 해질녘에 가봐야 한다는 어느 블로거의 리뷰를 본 적이 있어서, 마침 해도 지던 찰나였기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가보기로 했다. 언덕까지 올라가는 버스가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우리는 그냥 하염없이 걸었다.
말이 언덕이지, 구릉 느낌이다. 하하. 힘겹게 올라가니 그에 보상해주는 것 마냥 피렌체의 전경이 쫙 펼쳐지며 두오모, 종루, 베키오다리까지 하나하나 다 보인다.
이 전경을 보는 순간, 뭐라 말을 해야 할지 표현할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우와'라는 탄성은 기본이며
'이것을 보려고 그동안 몇개의 도시들을 거쳐온거구나' 싶은 마음이었다. 사진찍는 사람들은 당연히 많았고,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런 멋진 뷰를 보며 와인 한잔 마시는 기분은 또 어떨까. 왜 그때 그런 '사치' 하나 부리지 못했을까.
다음날은 우피치 미술관에 갔다. 그림에 크게 관심이 없는 동생은 숙소에서 아침잠을 더 잤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이 그림 하나는 꼭 보고 싶어서 우피치 미술관을 일정에 넣어야만 했다.
입장하는 줄이 길다는 정보를 이미 듣고와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아침공기 마시며 괜시리 더 상쾌한 기분으로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줄이 너무 없어서 아침잠을 조금 더 잤어야 했나 후회감도 밀려왔더랬다. 아침이라서 아마 줄이 짧았을 수도 있다. 오후였으면 어땠을지?
한번쯤 봤을직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도 여기 우피치 미술관에 있다. 책에서 봤을 때는 엄청 밝은 색채로 봤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어두워서 의외였다. 화가의 의도인지 아니면 세월의 흔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책에서 봐왔던 그림들은 색을 보정한거였구나 하하.
66번 라파엘로 방에 있던 라파엘로의 자화상.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며 그 앞에서 꽤 머물다가 샵에 가서 엽서도 사고 아쉬운 발걸음을 하게 만들었다. 왜 꼭 이 그림을 보고 싶었는지 명확한 이유는 없었는데 아마 여행오기 전에 한번 훑어봤던 그림책들에서 보고는 흥미가 생겼었나 보다.
12시에 동생과 만나기로 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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