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뮌헨에서 오전 11시 30분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에 도착하니 오후 6시 20분경이었다.
너무 지루한 여정이었지만, 새삼 연착없이 제 시간에 도착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도착하니 날이 어둑어둑했던 걸로 기억한다.
"길치가 뭐야?"라며 나름 길 찾는 것이 장기였던 우리 남매가 제일 힘들어 했던 곳이 베네치아 였는데, 모든 길이 똑같아 보였고 그 길이 그 길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일 힘들었던 만큼 또 한번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우리에게 꼽히기도 한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이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길이 이렇게 펼쳐져 있는것이, 사실 굉장했다. 그동안 다녔던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교통수단이 버스, 자동차가 아니라 수상버스 였는데 얼마나 신기했던지. 더불어 지금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 발을 딛고 서있는것 자체가 신비로웠으며, 여타 다른 도시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배에서 내려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길눈이 워낙에 밝은 우리도 그동안 길을 잃지 않고 잘 다녔는데
드디어 마침내,
여기서 잃었다.
지도도 소용없는 것 같고, 길 이름이 어딘가에 명확히 있는 것도 아니고, zip코드로 간신히 숙소를 찾아서 겨우 짐을 풀었다. 이쯤에서 정말 눈물 나는 줄 알았다.
베네치아는 여행책자도 읽는 둥 마는 둥 했다. 도시자체가 작기도 하고, 왠지 아무런 정보 없이 우연히 뭐든 마주쳐보고 싶었나보다. 조그마한 섬이라도 있을 건 다 있었는데, 맥도날드도 있는것을 보고 반가웠다. (킵 해놓자ㅎ)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스타벅스는 없었다. 베네치아 방문 후에도 로마와 피렌체를 갔었는데 스타벅스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금은 있는 걸로 안다. 우리가 여행했던 연도는 2014년이고, 2018년 이후로 스타벅스가 곳곳에 생겼다고 하니, 이제는 여행객들도 시티컵을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ㅎㅎ 베네치아에 스타벅스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다. 여행지라고는 하나 현지인들이 삶을 가꾸며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청소하는 청소부, 출근하는 사람들, 학교에 가는 어린친구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또 도착할 당시에는 몰랐는데, 물 비린내가 하하하. 심하지는 않았지만 물의 도시이니 이건 어쩔 수 없으니 참기로.
다른 도시들과 달리 베네치아 곳곳을 다니면서 정말 진짜 신기했더랬다. 어떻게 곳곳에 이렇게 물길들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물 위에 집들이 있는 꼴인데 밤에 자면서도 내가 물 위에 있는 것 같아서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걷다보니 리알토 다리가 나왔다. 문장만 보면 정말 여유롭게 리알토 다리에 도착한 줄 알겠는데, 길이 너무너무 헷갈려서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도착한 곳이다. 엉엉. 이쪽으로 가도 안나오고, 반대쪽으로 가도 안나오고. 너무 모를때에는 사람들이 몰리는 쪽으로 가보는 것도 한 수이다. 그쪽이 유명 관광지일 가능성이 크므로 하하.
유명한 다리인 만큼 사람들도 정말 많았는데, 여기서 보는 뷰는 밤낮없이 그렇게 장관이었다.
2007년도에 라스베가스를 가본 적이 있는데, 베니스호텔이었나? 그 호텔 안에 들어가면 하늘부터 수로까지 베네치아를 똑같이 재현해 놓았다. 그렇게나마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베네치아를 상상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 베니스 호텔이 너무 비슷하게 해놓아서 동생이랑 깜짝 놀라했던 기억이 난다.


이리저리 헤매가며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ㄷ자 모양의 산 마르코 광장.
전 날 비가와서 그런가, 하수의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광장인지 호수인지 헷갈릴만큼 물이 들어차 있었는데 밤에 다시 방문해보니 물이 빠져 있었다. 이곳에는 유명한 플로리안카페가 있는데 커피값이 상당해서 들어가서 마시지는 못하고 밖에서 '이런 곳이구나' 구경만 하고 지나쳤다. (가봤어야 했는데.)
물이 상당히 고여 있어서 첨벙첨벙 건너갈 수는 없고, 다리를 조성해놓았는데 그 위로 걸어다녀야 했다.
산 마르코 광장을 빠져나오면 이렇게 넓은 바다가 쫙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베네치아를 처음 마주했을 때 이런 골목들과 운하를 연결하는 다리들이 참 예뻐보였는데, 결국에 반하게 되는 건 산 마르코 광장에서 벗어나면 보이는 탁 트인 광경. 그 경치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경치랄까?
좁디 좁고, 그늘진 거리가 걷다가 이렇게 햇볕 가득하고 넓디 넓은 풍경을 만난 기분이란!
낮동안 이렇게 걸어다니며 구경하니 둘다 체력이 방전된 듯 싶어서 숙소로 돌아가 낮잠을 청하고 야경을 보러 다시 나오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 리알토 다리를 찾아가 올라가 보니 이런 멋진 풍경이 또 우리를 반겨준다.
어시장 같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산마르코 광장 또한 낮에 마주했던 그 뼈다귀같은 기둥을 이렇게 은은한 조명으로 감춰주는 듯 하며 또 드러내니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음날에는 배를 타고 부라노섬을 가보았다.
여기는 걸어다니면서 너무 예쁘다고 연달아 말한 곳인데, 건물마다 어쩜 이리 형형색색인지 사진으로 계속 담고 또 담았다. 레이스가 유명한 곳인지 들어오는 입구부터 레이스, 숄, 머플러 등을 파는 상점들이 꽤 많았다.
50여분을 배타고 들어온 보람이 있는 섬이었다. 여기 섬사람들은 어떨까? 이렇게 관광객이 늘 많을 텐데 이런것에 진이 빠져있을까? 아니면 관광수입이 쏠쏠한 것을 재미지게 여길까?




본 섬으로 도착하니 오후5시이다.
6시에 곤돌라를 같이 타기로 한 일행들을 만나기로 해서 리알토 다리로 다시 가서 기다렸다.
당시 가격이 30분 탑승에 80유로였는데, 4명이서 20유로씩 나눠서 지불했다. 지금은 가격이 더 올라갔으려나.
걸어다니며 보던 이 건물들이 곤돌라에 앉아서 조금 낮은 자세로 보니 상당히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사공이 골목골목 배를 저어가며 노래도 불러주고는 했는데 30분 금방 지나간다.하하. 다른 노선(?)이 있다면 한번 더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꽤 매력적인 도시가 한동안 관광객으로 인해 몸살을 앓은 것 같은데 코로나 여파로 지금은 좀 한시름 놓았나?
사실, 베네치아의 골목을 걸어다니는 동안 햇빛이 너무 아쉬워서 약간 답답함을 느꼈었고 얼른 다른 도시로 가서 탁 트인 느낌을 받고싶어 했었다.(실제로 바르셀로나로 넘어갔을 때 그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었었다.)
짬(?)이 좀 생겼으니 지금 가도 햇빛이 아쉬워서 답답해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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