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3박4일의 일정 마치고, 베네치아로 가기 위해 동생과 함께 캐리어를 끌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옥토페스트 기간에 머물면서, 페스티벌을 즐기지 않는 나로써는 굉장히 정신이 없었으며, 여러가지 코스튬으로 치장한 사람들부터, 가는 곳곳마다 붐볐는데 아마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 갔으면 꽤 흥겹게 놀았을 듯 하다.
뭐, 다들 아시다시피,
*옥토버 페스트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맥주축제.
동생은 내가 짰던 루트에 그대로 따라와주었을 뿐이고, 사실 내가 뮌헨을 여행지에 포함시켰던 이유는
번역가, 작가인 故 전혜린님이 유학생활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정말 별 이유도 아닌데 스무살적에 접한 전혜린의 작품들이 크게 각인되어서 언젠간 뮌헨이라는 도시를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고,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그런 이유로 뮌헨을 포함시킨것이었다.
여행 후 다시 돌이켜보아도, 다른 도시들은 각각의 유명한 건축물로 기억이 남는데, 이상하게도 뮌헨은 건축물이 아니라 그 도시만의 가라앉아 있는 듯한 분위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중앙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시간표를 확인했다.
오전 11시 38분 기차였는데, 세상에, 베네치아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18시 10분이다.
이미 티켓을 예약해서 시간을 알고 있었고, 또 긴 여정이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시간표의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니 더 암담했다.
도대체 그 긴 시간을 기차에서 뭘 해야 하나.
다행히 돈을 더 보태서 1등석을 예약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큰 짐을 들고 어디서 잠깐 머물러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저 멀리 스타벅스가 보이길래, 캐리어를 끌고 들어갔다. 음료를 주문하고 앉으니 우리처럼 캐리어를 옆에 놓고 음료를 마시는 여행객들이 눈에 꽤 보였다. 우리과 같이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인가 보다.
여행 중에, 이 나라 저 나라 여기저기에 있는 스타벅스가 우리에게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음료 한 잔 사서 테이블에 앉은 후, 카페 내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당장 필요한 정보들을 검색 할 수 있었고,
비와 뜨거운 햇볕도 피했고, 화장실도 이용이 가능했다. 충분히 쉴 수 있게 해주었다.
다른 여행객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을 듯 하다. 갈 때마다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으므로.
뮌헨에는 마트에 큰 기계들이 있었는데, 빈병들을 모아 그 기계에 넣으면 보증금 딸깍 돌려준다.
뮌헨에 머물면서 물 먹은 병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는데, 중앙역 가기전에 마트에 들러 동전으로 바꾸고
조금 더 보태서 리터초콜렛을 사먹었다. 독일은 정녕 초콜릿과 맥주의 나라이다. 어쩜 이렇게 다양한 초콜렛도 많고
맥주도 이리 다양할까. 심지어 맛도 다양하고 전부 맛있다. (ft.초콜릿덕후)
시간이 되어 기차를 탔고, 우리 좌석을 찾았다.
짠! 1등석이다. 뒤로 의자가 젖혀지기도 하고, 4인실이 한칸이었다.
더 행운이었던 것은 인스부르크에서 타기로 한 2명이 승차하지 않아서 4인실을 동생과 내가 독점하며
탔다는 것이다. 예약을 하면 각 칸에 좌석이 이미 예약되어있다는 표시를 해두는데, 당연히 이 좌석을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앉을 수 없다. 그러니 일반석으로 가야 할 것! 표시가 없는 곳은 예약된 자리가 아니니 앉아도 된다.
점심을 기차에서 먹어야 할 것 같아서, 탑승 전에 미리 요깃거리를 구입한 후 탑승했다.
빵이 생각보다 그리 맛이 있지는 않았는데 배가 고파서 먹기는 다 먹었다.하하하.
이래저래 유럽의 기차들은 제 시간에 잘 가지 않는 다는 말을, 여행 전 블로그 리뷰에서 많이 읽었는데
우리가 여행 중에 탔던 기차와 비행기는 지연되지 않고, 무사히 제 시간에 알맞게 출발했다.
바깥의 풍경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잠을 자기도 하고, 2유로짜리 맛없는 핫초코를 마기고는 맛이 없다며 한탄도 하고
이래저래 뭘 하든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1등석에 앉았어도 이렇게 지루하기만 한 7시간의 여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1등석이 아니라 일반석에 타서, 여기저기 여행하는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먼저 내리는 사람들에게 무사히 여행하라고 행운도 빌어줬다면, 7시간이 조금은 더 빨리 지나갔을까?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흘러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타루치아 역에 입성하게 된다.
드디어 물의 도시에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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